KAIST인만을 위한 작은 Las Vegas, 수학문제연구회 카지노를 습격하다.

2010년 가을에 KAIST 자연과학대학소식지 7호에 실린 글입니다.

KAIST인만을 위한 작은 Las Vegas, 수학문제연구회 카지노를 습격하다.

글: 박승균·백현재 학생기자

블랙잭을 통해 본 확률과 도박의 세계

‘위너위너 치킨 디너!’라는 말을 아시는지? 이는 블랙잭이라는 카드게임에서 승리할때 외치는 말로, 2008년 개봉 한‘21’이라는 영화에서 소개되어큰 인기를 끌었다. 한순간에 거액의 돈을 땄을때 내는 소리니 누구나 크게 외쳐 보고 싶을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MIT 학생들도 카지노를 무너뜨렸다는데 우리라고안될 것이 있겠는가? 그래서 이번에 큰맘 먹고 축제때 열리는‘수학문제연구회’(이하 수문연)의 카지노를 찾게 되었다.‘위너위너 치킨 디너’를 외치게 되길 바라면서!

수문연 카지노축제 기간에만 열리는 KAIST인의 라스베이거스, 수문연 카지노에서…

오후 7시쯤, 우리 Science 소식지 기자단은 일확천금의 꿈을 품고 창의관1 층 로비 앞에서 접선했다. 음모와 모험의 냄새를 깊게 흡입하며 입장한 창의 관 1층은 벌써 수문연의 카지노를 즐기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우리는 이제갓 게임 규칙을 익혀 난생처음 실제 돈을건 카드게임에 입문한 초보들 이었지만, 게임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 대단했다. 필자는 15,000원 상당의 칩을 구입하고 마침 생긴 빈자리를 발견하여 블랙잭(카드의 합이 21, 또는 21 을 넘지 않으면서 가장 가까운 사람이 이기는 게임)에 참가하였다.

블랙잭은 굉장히 엄숙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모두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 고 카드를 주고받으며 서로말 한마디조차 없었다. 오로지 칩을 올려놓고카 드를 섞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필자는 이런 무서운(?) 분위기가 처음에는 어색했으나 차차 적응이 되었다. 한 게임이 돌고 승패가 갈리는데 걸리는 40 여초 사이 칩이 왔다갔다 했다. 딜러가 패를 돌리는 사이, 모두의 표정은골 똘히 생각에 잠긴듯 굳어 있다.‘달그락달그락’칩을 만지작거리는 소리뿐이 다. 승부가 나는 순간에야“아~”하는 탄식과“그렇지!”하는 탄성이 오간다.

첫판과 둘째 판에는 500원을 걸고 게임을 했지만‘버스트’로 돈을 잃었다. (버스트(Bust)란 게임 참가자가 받은 2장의 카드 숫자 합계가 21이 넘어가는 경우 선언된다. 21이 넘어가면 게임에서 자동으로 탈락한다.) 그러다 셋째판에서 행운의 블랙잭이 터졌고, 1,000원을 따게 되었다. 정말 흥분되는 순간이었다. 위너위너 치킨 디너!

‘이렇게 재밌게 놀면서 돈을 벌수 있다니! 왠지또 하면 블랙잭이 나올 것 같은데…….’사람들이 이래서 도박을 하는구나 싶었다. 그렇게 몇번더 판이 오고 갔고 블랙잭을 그만둘때 우리는 100원을더 따게 되었다! 자판기에서 커피를 한잔 마실 수 있는 엄청난 돈을 번 것이다.

‘정말 긴장감 있는 게임이야. 잘하면더 딸 수도 있겠는데. 훗~’블랙잭에서 돈을 땄기 때문이었을까? 우리는 도박에 관한 쓸데없는 자신감으로차 있었다. 심지어 세븐포커를 정복할수 있으리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으니 말이 다. 세븐포커에서는 판돈이 블랙잭에 비해 훨씬 컸다. 우린 겁도 없이 큰돈을 걸고 게임에 참여하였다. 1,000원이 왔다갔다, 700원이 왔다갔다 했지만, 그 럴수록 우리의 표정은 점차 일그러져 갔다.‘이길듯말듯 하면서 계속지네. 오늘은 운이안 따라주나 봐. 그래도 본전은 찾아야지. 조금만더 해보자.’돈 을 점점 잃어가니 콜을 외쳐야할 때와 손을 털고 나와야할 때를 분간하지 못하고 자제력을 잃어가기 시작했으며 어느 순간, 필자의 수중에는한 푼의 돈도 남아있지 않았다.

우리는 결국 최종 합계 1,200원 손실이라는 아쉬운 성적을 가지고 카지노를 나와야 했다. 수문연 카지노, 미치도록 무너뜨리고 싶었다. 별거 아닌줄 알았 는데, 쉽지 않았다. MIT 녀석들은 어떻게 카지노와 싸워 이겼을까?

MIT 녀석들은 어떻게 카지노를 무너뜨렸을까?

어떤 게임이건 플레이어가 공략할수 있는 약점이 존재한다. 즉,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게임에서 이길 수 있는 법! 우선 블랙잭의 규칙과 성격을 살펴보자.

▶ 블랙잭의 규칙과 진행

우선 블랙잭은 플레이어들 간의 심리싸움이 중심이 아니라 딜리와 플레이어 사이의 대결구도로 진행되는 게임이다. 확률을 기초로한 빠른 계산 능력과 펼쳐진 카드를 얼마나잘 기억하느냐가 관건이다. 딜러는 카드를 나눠 주면서 게임을 운영하고, 플레이어는 베팅을 하며 딜러와 승부를 겨룬다. 사용하는 카드는 조커를 제외한 52장이며, 2~8명이할 수 있다. 딜러는 자신을 포함해 모든 플레이어에게 카드를 2장씩 돌리는데, 카드 점수의 합이 21에 가까운사 람이 이긴다. 카드의 점수는 2~9까지는 숫자대로 점수를 세고, K, Q, J, 10은 10점으로 센다. 단 A는 1점이든 11점이든 편리한 쪽으로 계산할 수 있다.

점수의 합이 21이 나오는 경우를‘블랙잭’이라고 하며 무조건 게임에서 승리하며, 카드의 숫자 합이 21이 넘는 경우, 이는 버스트(Bust)라 하여 점수에 상관없이 무조건 진다.

플레이어들은 카드를 받기전 걸고 싶은 액수만큼 돈을 건다. 게임이 시작되면 딜러는 자신부터 시작해 왼쪽 방향으로 카드를한 장씩 공개해 나눠주고 자신의 카드는 보여주지 않는다. 두 번째 장은 플레이어와 딜러 모두에게 공개한 채로 나눠준다. 카드를두 장씩 나눠 가지면 플레이어는 자신의 카드와 딜러의 공개된 카드를 보고 점수합계가 21점에 가까워지도록 딜러로부터카 드를 추가로몇 장이고더 받을수 있다. 하지만 욕심을 부리다간 점수 합이 21을 넘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카드 추가가 끝나면 딜러는 자신의 감춰졌던 카드를 공개하는데, 점수 합이 17보다 작으면 무조건 카드를 한 장 더 받고, 17 이상이면 각 플레이어와 승패를 가린다.

▶ 비복원 추출엔 암기가 필승 전략! MIT 천재들의 비법을 공개한다!

블랙잭에서는 카드 여러 벌을 섞어 사용한다. 딜러는 섞어놓은 카드에서 한 장씩 꺼내어 게임을 진행하는데, 게임에 사용된 카드는 다시 섞지 않고 다른 쪽에 모아뒀다가 전체 카드를 다 쓰면 다시 카드를 채운다.

이런 방식을 비복원추출이라고 한다. 비복원추출에서는첫 사건의 결과가다 음 사건이 일어날 확률에 영향을 미친다. 즉 어떤 플레이어가 공개된 카드를 모두 기억하며 게임을 진행한다면, 딜러가 나눠주는 전체 카드의 수가 적어질 수록 그 안에 어떤 카드가 들어있을지 높은 확률로 추측할 수 있다.

만약 한번 사용한 카드를 다시 집어넣고 섞은뒤 게임을 하는‘복원추출’방 식으로 게임을 진행한다면 축적되는 정보가 없다. 영화‘21’의 주인공들은라 스베이거스 카지노가 비복원추출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점에 착안해 공개된 카드를 기억하는 기술을 익힌다.

하지만 제 아무리 기억력이 좋다고 해도 공개된 카드 전부를 기억할 수는없 을 터. 이들은 점수가 높은 카드와 낮은 카드의 그룹을 묶어 기억하는 카드 카운팅 기술인‘하이 로우 시스템’을 개발했다. 2, 3, 4, 5, 6이 나올 경우는 +1로, 7, 8, 9가 나올 경우는 0으로, 그리고 10, J, Q, K가 나올 경우는 -1로 계산한다. 예를 들어 현재 펼쳐져 있는 카드가‘J, Q, 2, 3, 10, 8’이면 현재 카운팅 넘버는 -1 -1 +1 +1 -1 +0 = -1이 된다.

영화에서 MIT 학생들은‘스파이더’와‘빅 플레이어’로 역할을 나눴는데 ‘스파이더’는 블랙잭 게임에 먼저 들어가 적은 돈을 걸고 카드카운팅을 하며 딜러의 카드를 소진시키다가 ‘빅 플레이어’에게 게임에 참여할 시점과 그동안 계산한 카운팅 넘버를 암호로 알려준다. 예를 들어 스파이더가 돈을 잃은척 하면서 “난 내가 가져온 ‘수표’를 다 써버렸어요. 여자친구가 날 죽이려 들 텐데”라고 떠들면 카운팅 넘버가 +15라는 뜻이다. 여기서 ‘수표’라는 단어는 카운팅 넘버 +15를 의미하는 암호로 쓰인 것이다. 이처럼 스파이더가 계산한 카운팅 넘버는 빅 플레이어게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여기서 +15의 의미는 펼쳐 진 2, 3, 4, 5, 6 카드가 10, J, Q, K 카드 수보다 15장 많다는 뜻이므로 앞으로 배분될 카드에서 10, J, Q, K가 나올 확률이 다른 숫자들보다 훨씬 크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만약 딜러의 공개된 카드가 6이하라면, 플레이어가 승리할 확률도 높아진다. 딜러의 감춰진 카드가 A가 아닌 이상 딜러의 점수는 16이하가 되어 카드 한 장을더 받아야 하는데, 10, J, Q, K가 나와 21이 초과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블랙잭 팀은 카드 카운팅 기술로단 하룻밤 사이에 수십만 달러를 벌어들인다. 이후 카지노는 카드카운터에 대해 여러 가지 조치를 강구하였고, CCTV 등을 이용하여 회사 차원에서 이들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고도의 전략(혹은 편법)과 두뇌 없이는 카지노라는 거대한 자본과 시스템과 맞서 이길 수 없다. 혹 몇 번의 요행으로 돈을 딸 수 있게 될 지라도, 행운의 여신이 항상 자신과 함께 할 것이라는 믿음은 ‘카지노 앵벌이’ 혹은 지옥으로 가는 KTX에 탑승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사람들은 왜 도박에 빠지게 될까?

“이렇게 끝나고 나니 지난날의 내가 얼마나 값어치 없이 인생을 허비했는지 자괴감이 든다. 이곳에 오고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스쳐간 날들이 가족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에게 수많은 상처를 줬음에 틀림없고… 지금 나는 하루하루 반성하고 있다.”

몇 해 전 상습 도박 혐의로 감옥에 수감된 수용자는 이렇게 말하며 연방 흐느 꼈다. 도박 중독의 말로는 항상 이런 식이다. 도박을 하면 절대로 돈을 딸 수 는 없고 결국 후회하게 될 것을 자신도 알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한 번 도박에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많은 심리학자들이 여기에 몇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첫 번째는 도박이 즐기면서 돈을 벌수 있는 유일한 세계라는 것이다. 모험과 충동, 비합리성으로 가득찬 도박의 세계는 노동의 세계와 상반된다. 노동의 대가는 항상 제한되어 있고, 소극적인 반면 도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대가는 거의 무한정해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도박에서는 배팅을 하면 바로 결과를 알 수 있다. 열심히 땀 흘려 일해도 한 달은 참고 버텨야 보수가 나오는 노동 과는 달리 도박은 몇 분 이내에 결과를알수 있고 이는 참가자가 충동을 다스릴 수 있는 시간을 갖지 못하게 한다. 대가의 무한정성과 즉각성 때문에 참가자는 사실상 일하지 않고 때로는 즐기면서 돈을 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도박이 단기간에 쾌락과 스릴을 충족시켜주기 때문이다. 도박은 즐겁고 흥분되는‘자아동질적인’활동이다. 돈을 잃으면서자 괴감에 빠지기도 하지만, 그것은 일시적일 뿐이다. 도박을 계속하게 되면 초조감과 아쉬움, 극단적인 행복감 등이 왕래하게 되고 도박자는 각성상태를 계속 유지하게 된다. 도박을 끊게 되면 이런 긍정적기 분상태가 빠르게 저하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도박을 끊지 못하는 것이다.

도박은 인류에 도움도 주었다?

최초의 확률은 도박을 어떻게 해야 승률을 가장 높일수 있을까? 라는 의문에서 출발하였다. 도박을 확률, 통계이론으로 체계화한 것은 17세기부터이다. 당시 석학으로 꼽히던 파스칼은 도박사 친구인 드멜레가 문의한 주사위 문제를 푸는 과정에서 확률의 개념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당대의 유명한 수학자인 페르마와 서신교환을 통해 이를 정리하게 된다. 이후 확률이론은 점점 체계화되고 발전되어 갔다. 수학자 폰노이만과 물리학자 페르미는 최초로 확률을 이용하여 시뮬레이션 하는 방법을 생각했고, 이 방법은 현재 금융과 경제 현상을 예측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하게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확률이론이 발전하는데 도박의 역할이 컸다는 것을 아시는지? 수학자들이 끊임없이 도박게임의 승률과 성공전략을 수학적으로 증명, 학회에서 발표하는 일을 통해서 확률 이론을 발전시켜왔다. 이러한 연구는 지금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며, 새로운 게임을 연구 하는 과정에서 확률, 통계론적 방법론이 발전하기도 하였다. 도박으로 부터 시작된‘불확실한 것’들에 대한 인간의 호기심이 오늘날 화려한 인류의 금융시장을 꽃피운 씨앗이 된 것이다. 하지만 불확실한 것으로부터 오는 위험을, 그리고 손해를 함께 나눈다는 이론에서 시작된 월가의 최신 금융 파생상품이 결국 도미노처럼 연쇄적으로 여러 회사와 국가를 파산시켜 전 세계적 경제공황을 초래했듯, 인류는 지금 거대한 도박판에서 길을 잃고 헤매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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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문연 카지노는…

수문연 카지노의 시작은 2007년 축제로 거슬러 올라간다. 매년 축제 첫날과 둘째 날에 열리고 있으며 이번 축제기간에는 약 200명 정도 참여하였다. 블랙잭, 세븐포커, 텍사스 홀덤 등의 카드게임을 취급하고 있다. 블랙잭의 경우한 게임에 1만원이 베팅 상한선으로 사행성 게임, 투기적 성격의 베팅을 엄격하게 규제하며 건전한 놀이문화를 지향한다.

수문연 카지노는 평균적으로 50만 원 가량의 이익을 남기고 있다. 이 를 바탕으로 수문연은 수학 문제 연구책자인 Math Letter 만들어 배포하고 있으며, 지방 소재 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학경시 캠프를 기획하는등 수학적 호기심과 연구 소재를 여러 사람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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