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KAIST동아리 ‘수학문제연구회’

1996년 9월 9일자 경향신문에 보도된 기사입니다. 기사 링크

-‘수학, 그것은 즐거운 놀이’-KAIST동아리 ‘수학문제연구회’

경향신문 사진많은 이들에게 수학은 「악몽」과 동의어나 마찬가지일 만큼 골치아픈 과목의 대명사다.

그러나 수학을 취미로 삼고 그것을 즐기는 대학생 동아리가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수학문제 연구회」 회원들은 『수학은 직관과 창의력, 그리고 끈기를 요구하는 즐거운 놀이 가운데 하나』라고 주저없이 말한다. 수학문제 연구회는 지난 88년 수학을 사랑하고 수학적 사고로 스스로를 연마하려는 학부생들의 모임으로 돛을 올렸다.

출발 당시에는 적지않은 사람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지금은 40여명의 정회원을 거느린 어엿한 동아리로 자리잡았다.

이들은 요즘 학술지 발간, 세미나 개최, 통신 강좌를 통해 『사고에 윤활유를 제공하는』 수학의 재미를 전파하는 전도사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여름과 겨울 방학중에는 대한수학회가 주관하는 「수학 학교」 조교로 활동하며 직접 중·고생을 지도하기도 한다.

이들은 매주 월요일 모임을 갖고 복잡한 수학 문제와 씨름을 한다. 대개 두세 시간 『함께 놀지만』 문제가 복잡하거나 잘 풀리지 않으면 새벽까지 난상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Math Letter

『수학은 자유분방한 사고를 필요로 합니다. 다만 그 과정이 대단히 엄밀해서 훈련이 돼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복잡해 보일 뿐입니다』. 채승병씨(22·물리학과 4년)의 수학론이다.

『숙고 끝에 푼 문제 하나가 가져다주는 흥분과 희열은 말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무한한 자유」와 「카타르시스」를 수학 문제 풀이가 주는 선물이라고도 했다.

수학문제 연구회는 창작 문제와 해결책 등 연구 성과물을 모아 다달이 「매스 레터(Math Letter)」라는 수학 잡지를 내고 있다. 교과서 크기로 회지 성격을 띤 30여쪽 분량이다. 이것이 처음에는 비정기적으로 발행되는 시련을 겪었지만 지금은 월간으로 정착될 만큼 반응이 좋다. 이달 중순 65호가 발간되는데 보통 400여부를 찍는다.

매스 레터는 고교생이나 수학을 전공하는 대학 2학년 수준으로 만들어진다. 수학 문제는 회원들이 직접 창작하거나 독자들이 보내온 것을 주로 실으며 여기에 수학이나 수학자와 관련된 우스개, 에피소드등을 담고 있다. 연구회는 앞으로 퀴즈나 퍼즐도 실어 대중성을 높일 생각이다.

매스 레터는 국내 수학 올림피아드와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 아시아·태평양 수학 올림피아드 등 각종 수학 경시대회에 나가려는 학생들에게 필독서나 다름없다. 고교 교사, 학원 강사, 수학문제지 출판업자들도 이 책의 주요 고객이다. 폭넓은 사고와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좋은』 문제를 싣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몇 년 전에는 본고사 준비용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난해 국제 수학 올림피아드에서는 이 잡지에 났던 문제와 거의 똑같은 문제가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회원들은 우리나라 수학 교육이 공식을 외우거나 단순히 문제를 빨리 푸는 것 위주로 흐르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 한다.

『얼마든지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수학을 딱딱하고 지루한 과목으로 전락시키고 있습니다. 카드놀이를 하면서도 확률을 가르칠 수 있거든요』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수학 문제 연구회 회장 박명환박명훈씨(20·물리학과 2년)의 주장이다. (042)869-2796

경향신문 1996년 9월 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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