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문제연구회 창립 의미와 활동방향

한국과학기술원 수학문제연구회(이하 수문연이라 한다)의 창립에 대해서는 메스레터 창간호(1988년 4월 5일자)에 실린 아래의 글을 인용하는 것이 그 과정과 의의, 그리고 목표를 더욱 생동감 있게 전하는 방법일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쓰신 수문연 초대회장 이준엽님은 1994년 여름 뉴욕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으셨는데, 이는 과기대 출신 1호 박사의 탄생이었습니다.


수학문제연구회 초대회장 이준엽 현 이화여대 수학과 교수

수학문제연구회 초대회장 이준엽 현 이화여대 수학과 교수

한국과학기술원 수학문제연구회(KAIST Mathematics Problem Solving Group)는 수학을 사랑하고, 수학적 사고로 자신을 연마하려는 사람들의 모임입니다. 우리들은 책 속에서 동면하고 있는 수학이 아닌, 우리 생활과 사고 속에서 살아숨쉬는 수학을 접하기 위해 하나의 자그마한 모임을 원하였습니다. 이러한 바램은 1988년 3월 14일에 있었던 본회의 창립총회로 이어졌고, 이 자리에서 우리들 창립회원 66명은 본문 4장 12조 29항과 부칙 3개조로 된 회칙을 통과시킴으로써 본 Club의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조직과 운영방안을 가시화했습니다.

본회가 창립되기까지, 우리 발기인들은 때로는 우리와 유사한 목적을 가진 단체의 전례를 찾기도 하고, 때로는 선배들의 조언을 구하기도 하고, 또 때로는 같이 본회를 만들어 갈 회원을 모집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하여 우리는 수학에 대한 편견과 본회의 활동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접하였습니다. 저는 이 지면을 통해 이러한 편견과 회의적 시각의 대표적인 두 가지 부류를 이야기하고, 이의 부당성을 지적함으로써 본회의 목적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첫 번째 부류의 사람들은

“아니 그 재미없는 수학을 강의시간에 듣는 것도 지겨운데, 또 무슨 Club 활동이냐”

는 질문을 합니다. 우리들 대부분은 입시 위주의 교육과정을 통해 수학을 배운 사람들이기에, 이런 이야기에 공감할 것입니다. 그러나 수학의 참모습은 입시 위주의 강의시간에 접하게 되는 문제의 풀이와 계산 이외에도 다양한 측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복잡다단한 주변세계의 현상을 정렬하고 그 속에서 보편율을 찾아내는 수학의 특징은 계산보다 훨씬 더 중요한 요소인 듯합니다. 우리는 때때로 도저히 풀릴 것같지 않은 문제들이 잘 조직된 수학적 사고를 통해 해결될 때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됩니다. 우리 Club에서 배우고자 하는 수학은 재미없는 수학이 아니라, 우리의 사고에 윤활유를 제공하는 그런 수학입니다.

두 번째 부류에 속하는 또 다른 사람들은, “아니 실용적 가치도 없는, 공상과 같은 수학을 수학자도 아닌데 무엇 때문에 하겠다는 것이냐”는 질문을 합니다. 로마법에는 악인과 수학자에 관한 조항이 있어, 근거없는 예언(?)을 일삼는 수학자와 어울려 인간의 영혼을 더럽히는 기술(?)을 유포시키는 일을 금지시켰다고 합니다. 당시의 수학의 가치에 대한 편견이 오늘날까지 남아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우리는 오늘날 많은 학문이 수학적 방법과 그 사유 방식을 차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수학은 결코 공상의 수학이 아니며 인간 사고의 정수로서의 수학입니다.

이제 저는 이와 같은 편견에서 벗어나 궁극적인 우리 Club의 목적을 명확히 하고자 합니다. 첫째, 우리는 지식의 묶음으로서의 수학이 아닌 사고의 체계로서의 수학을 배우고자 합니다. 비록 우리 주변의 세계와 자신의 전문 영역이 수학이 아닐지라도, 우리가 배운 수학적 사고의 효력은 어느 분야에서도 유효할 것입니다. 둘째, 우리는 수학과 다른 분야의 관계를 알고자 합니다. 근대 학문들은 그들의 공통의 언어로 수학을 사용함으로써, 바벨탑을 건설하기 위해 모였던 인간들이 그들의 방언으로 인해 공사를 중단시킨 전철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더우기 오늘날과 같이 급속한 발전을 하는 학문이 붕괴되지 않기 위해서는, 수학과 수학을 그들의 언어로써 사용하는 다른 분야의 이야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 Club은 이와 같은 궁극적인 목적에 도달하기 위하여, 자그마한 노력을 하나씩 쌓아올릴 것입니다. 그 첫 노력은 매스레터 발간사업입니다. 매스레터는 16절지 8쪽 분량으로 매 학기 10회 정도 발간될 예정입니다. 우리는 이 잡지를 통해 수학자의 삶, 수학의 분야별 특성, 그리고 우리들의 연구(?) 결과를 게재할 것입니다. 또한 새롭고 다양한 형식의 문제를 수록함으로써 항상 수학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려 합니다. 이 이외에도 다양한 기사가 실리게 될 이 잡지는 모든 독자들의 만남의 광장이 될 것입니다. 때문에 저희에게 보내어진 독자 여러분의 논문과 새로운 문제, 그리고 Proposal의 Solution들은 소중히 정리되어 이 잡지에 게재될 것입니다. Solution을 제외한 다른 기사들은 수시로 접수할 예정이니 많은 참여를 바랍니다.

매스레터 발간 이외의 또 다른 계획으로는 수학에 관한 Seminar 개최를 들 수 있습니다. 다양한 수학 분야에 있어 살아숨쉬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우리는 저명 인사들을 초청하여 그분들에게 묻고 같이 생각하는 기회를 자주 가지려 합니다. 또한 우리들은 2주에 한 번씩 모여 자신들이 낸 문제와 다른 Club에서 제공한 문제를 풀고 토론함으로써 문제에 감추어진 의미를 발견할 것입니다. 이밖의 많은 계획들은 본 Club이 정상 궤도에 오를 때까지 하나씩 하나씩 추진되어질 것입니다.

KAIST Math Problem Solving Group은 이제 막 탄생한, 보잘 것 없는 Club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 Club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있으며, 이 Club이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이 작은 Club이 “이 땅에 수학적 이상을 심고 가꾸자”는 그의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수학에 몸담아 새로운 진리를 연구하는 수학자와 학교교육을 담당하는 여러 선생님과 수학을 배우는 우리들 모두가 조금씩 조금씩 노력하여야만 할 것입니다. 본회의 취지에 공감하는 여러분의 계속적인 지도와 편달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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