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문제연구회에서 무엇을 얻을 것인가

수학문제연구회 지도교수 고기형
MATH LETTER 창간호 (1988년)

수학문제연구회 지도교수 고기형 교수

수학문제연구회 지도교수 고기형

인간에게는 두뇌를 어느 정도 혹사시키고 싶은 본능적인 욕구가 있다. 그 누구도 자신의 머리를 그저 모자 쓰는데 사용하는 것에 만족하지는 않을 것이다. 소위 식인종 시리즈니 입큰 개구리 시리즈니 하는 각종 수수께끼들이 수없이 만들어지고 풀려지는 것을 보면 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수학 역시 인간의 뇌를 단련시킨다는 점에서는 수수께끼와 유사하다. 그러나 수학 문제풀이는 수수께끼에서와 같은 말초적 흥분은 별로 없다. 그 대신 오랜 숙고 끝에 풀린 수학 문제 하나가 가져다 주는 흥분과 희열은 직접 느껴보지 않고서는 설명할 수 없으리만큼 각별하다. 다른 자연과학에서도 이와 유사한 희열을 느끼겠지만, 사용된 도구라고는 연필과 연습장 그리고 녹슬지 않은 두뇌, 이것들이 전부이기에, 수학에서 느끼는 희열은 다른 어떤 종류의 희열보다도 큰 것이다.

그러나 좋은 수학 문제를 접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세상의 모든 사물과 그것들의 활동에 수학적 윈리가 깔려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번도 수학적인 회의를 품지 않고, 모든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달팽이 껍질을 들여다 보면 나선형 무늬가 속에서 밖으로 점점 커지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의 커지는 비율이 황금 분할이나 Fibonacci 수열과 관계 있다면 아마 여러분은 놀랄 것이다. 수학적 시각으로 바라 보면, 이 이외의 모든 사물이나 현상들에도 필연적으로 수학적 원리를 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단지 어려운 점은 어떻게 모든 것을 수학적 모델로 바꿀 것이며, 바뀌어진 수학 문제를 어떻게 푸느냐에 있다. 수학적 모델을 세우는 데는 비수학 전문가들도 참여해야 하므로 현대 수학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의 참여 속에 이루어 져야 한다. 이는 다시 말해서 수학을 전공하는 사람은 독자적인 추상화의 세계에만 있지 말고, 다른 자연 과학과 공학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수학을 전공하지 않는 사람은 좀 더 수학적인 사고를 하면서 그들 나름대로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수학문제를 해결했을 때 들어 줄 사람이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어젯밤의 흥분은 물거품이 되어 사라지겠지만, 자기가 발견하지 못한 착각의 늪에서 쉽게 구출될 수 있고, 또한 때때로 남을 이해시키는 과정에서 좀 더 나은 풀이도 발견될 수 있어 더욱 좋다. 그리고 그냥 들어줄 수 있는 친구 자체도 소중하다. 수학은 도를 닦는 것도 아니고, 정립된 학문인 이상, 정보의 교환은 필수적이다.

앞서 말한 희열을 느길 수 있고, 수학과 비수학 분야가 접목될 수 있고, 들어 줄 수 있는 친구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이 바로 KAIST 수학문제연구회가 아닌가 한다. 본 회가 소기의 목적에 도달할 수 있도록 회원 여러분은 자신의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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